명상록

가장 엽기적 직업의 제사장이 된다는 것

청죽골 2006. 9. 19. 14:45
 

제사장이 된다는 것

제사장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제사장은 레위족속출신이어야 하고, 순번에 의해 성전에서 하나님께 제사드리는 일에 봉사하여야 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일까?

제사장의 첫째가는 임무는 제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여 오늘 날처럼, 단상위에서 설교하며 가르치는 신부나 목사님과 같은 좀 고상한 직책의 성직자 역할을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제사장들이 하는 일은 가장 힘들고도 험한 일이었고, 아마도 엽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일반사람들과 같이 농사도 짓고 생업에 종사하다가도 순번이 되어 성전에서 봉사할 때는 그들은 가장 험하고도 힘든 일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성전에서 드려지는 제물은 모두가 황소나 양같은 짐승이거나, 간혹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는 비둘기 같은 동물들이었다.

황소를 잡는 장면을 생각해 보았는가?

그 큰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 수많은 크고 작은 동물들을 도살하기 위한 각종 쇠도구의 부닥치는 소리, 버둥거리는 짐승을 죽이기 위한 제사장들의 안간 힘을 쓰는 모습 등을 상상해 보자.

피가 사방으로 튀겨지기도 하고, 목을 굵은 송곳으로 찔러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다 뽑아내어야 한다. 가죽도 시뻘겋게 벗겨진다. 한 켠에서는 짐승의 내장이 불에 태워지고, 또 한 켠에서는 고기가 삶아지면서, 성전은 일시에 불타는 연기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고기 타는 냄새 등으로 온통 뒤범벅이 된 성막을 쉽게 그려볼 수가 있을 것이다.

결국 가장 험악하고도 힘든 작업들이 제사장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직분은 마치 조선시대때 백성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으로 나누어, 각종 차별과 멸시를 오히려 당연시하였던 권위적인 유교정치철학에 의해, 정작 자기들이 먹을 고기를 마련하는 사람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면서, 성내에서 함께 살기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던 ‘비천한 백정’(?)과도 같은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늘 날에 와서 제사장은 과연 누구이고, 짐승을 도살하는 일은 무엇으로 대체되었는가?

먼저, 제사장의 직분에 관해서 성경은 목사나 신부 등의 자격을 지닌 특정한 사람으로 한정시키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속하기 위해 흘리신 피의 공로를 믿음으로써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백성이 되고, 그러한 모든 사람이 제사장 그것도 왕 같은 제사장의 직분(a royal priesthood)을 지니고 있음을 베드로는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But you are a chosen people, a royal priesthood, a holy nation, a people belonging to God... <1Peter2:9>

제사는 곧 제물을 바치는 일이고, 제사장 즉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그 험악한 제물을 마련하는 일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의 제물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예수님이 오신 후 새롭게 보여주신 축복의 약속인 신약성경에는 인간의 영혼을 제물로 바칠 것을 말하고 있다.

제일 먼저, 자기자신을 산제사(living sacrifices)로 드릴 것을 가르치고 있다.

Therefore, I urge you, ...to offer your bodies as living sacrifices,

자신의 몸을 소나 양을 잡아 죽이듯 산제물로 드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나 자신 전체’가 처참할 정도로 해부되고, 태워지고, 죽는 제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또 다른 제물 즉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영혼을 준비하여야 한다.

각종 사악한 생각을 지니고, 창조주 하나님을 무시하며 살아가면서도 인간 영혼이 창조된 목적을 모르고 살아가는 가련한 모습들을 하나님 앞의 제단으로 인도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발버둥치는 황소를 잡듯 험악한 모습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믿지 않는 영혼들이 지니고 있는 최고의 것들이 제단 앞에서 깨어지고, 이 세상의 어떤 귀한 것이라 해도 도살된 짐승처럼 죽어서 하나님 앞에 올려 질 때에야 비로소 제사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처절한 죽음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제물이 될 수도 없고, 제사를 드리는 것이 될 수도 없다.

인간 영혼의 제물에 대해 성령의 감동을 받아 사도 바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제사장의 임무를 띠고 이방인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사역자가 되도록 해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믿지 않는)이방인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하나님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제물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롬15:15,16)

...because of the grace God gave me to be a minister of Christ Jesus to the Gentiles with the priestly duty of proclaiming the gospel of God, so that the Gentiles might become an offering acceptable to God, sanctified by the Holy Spirit.


제사장은 결코 특정한 분들만의 독점적인 직분이 아니고,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은사나 직분의 서열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복음을 선포함으로서 불신자의 영혼을 하나님께 기뻐하시는 제물로 드리려고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제사장의 직분을 지니는 것이다.

한편으로 제사장의 직분이 결코 고상하거나 적당한 권위를 누리면서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그런 자리가 아님도 알아야 한다.

온 몸이 피로 범벅이 되고, 제사장이 하는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 같은 험하고도 힘든 자리임을 알도록 하자.

사람의 영혼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제사장 직분이란, 적어도 황소를 잡는 일보다는 더 어려운 직분이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절대로 수행할 수 없는 험난한 직분이라는 의미이다.

영혼의 제사장들에게는 오로지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과 하나님만이 그의 위로와 소망이 될 따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