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겪는 마음의 고통이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예외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연말이 되면 거의 모든 조직에서 치루게 되는 한 해의 인사문제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갑작스런 해임통보며, 승진의 실패 등으로 인해 좌절과 낭패가 캄캄하고도 고통스런 황당함을 겪게 하는 것이다.
상상하지도 않았던 퇴직통보를 받고서 어떤 이는 천길 절벽 앞으로 내몰린 것 같았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속절없는 불안감으로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하기도 하였고, 필자인 자신도 이런 경험을 생생하게 겪은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미리 예정된 정년퇴직이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아니면 작년에 떠나던 선배들을 보고서 ‘뭐 저 정도 나이가 되면 다 그러려니’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앞이 캄캄하더라는 것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물러나고 떠나야 할 때가 운명지어져 있음을 본다.
다시 말해, 일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절대자의 법칙이요,
인류에게 주어진 창조주의 중요한 계시이자 삶의 마무리를 위한 기회가 강제에 의
해서라도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인생의 선각자 솔로몬왕의 말을 보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고, 하늘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활동에도 그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전도서3:1> There is a time for everything, and a season for every
activity under heaven:
무엇을 찾을 때도 있고 포기할 때도 있으며, 무엇을 지켜내야 할 때가 있고 던져버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전도서3:6> a time to search and a time to give up, a time to
keep and a time to throw away< Ecclesiastes3:6>
우리 인생들은 모두가 물러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이것 역시 창조주의 소중
한 계시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터에서 물러나야 할 때, 인간의 영혼을 향하여 던지는 창조주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복잡하고도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들에게 단순하면서도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 의미있는
말(Word) 곧 본래의 양심을 향한 깊은 절대자의 음성(Voice)을 들어보자.
일하는 사람이 자기의 노고로부터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전도서3:9>
What does the worker gain from his toil? < Ecclesiastes3:9>
일을 통해서 비록 만족과 자기성취욕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이제 그만 일에 대한 미련을 버
리고, 일에서 떠나 생의 마무리를 하도록 권하고 계신 매우 의미 깊은 질문인 것이다.
평생을 명예와 돈과 남을 의식하며 살아온 자세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의미있는 삶을 가
지도록 기회를 베푸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인생은 그 마음의 끝없는 탐욕과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마지막 숨을 거둘
순간까지도 죽음을 준비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영원한 세계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더 큰
데도 말이다.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창조주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시들고 꽃은 떨어지나, 창조주의 (진리의)말씀은 영원이 서있도다.<이사야40:7,8>
“The grass withers and the flowers fall, because the breath of the LORD blows on
them. Surely the people are grass. The grass withers and the flowers fall, but the
word of our God stands forever."
인간은 결국 창조주의 법칙에 따라 먼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모든 생물에게 특히 인간
에게 생명을 주신 그분은 명백히 이야기하고 있다. “아, 인간의 아들들아, 너는 먼지로 돌
아가라”<시편90:3>고 말이다. "Return to dust, O sons of men."
이 분명한 메시지에는 아무라도 그렇지 않다고 한다거나, 그런 말을 듣지 못하였다고 변명
할 수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의 영혼들이 이것을 들었고 또 양심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양심을 통한 창조주의 소리에 슬기롭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오히려 원망과 불만, 그리고 막연한 불안으로 끊이지 않
는 욕심의 삶을 이어가려 안간힘을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문턱에 부닥치고 마는 것
이다.
자, 이제 우리는 이 연말의 가슴 아픈 일이 우리의 가족들에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너무 상
심하지 말자.
조용히 그리고 엄숙하게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연말이면 겪게 되는 이 고통을 통해 창조주
의 미세하고도 소중한 음성을 듣자. 그리고,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을 생의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바꾸어 보자.
영원한 삶의 세계를 준비하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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