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의 아프가니스탄 봉사단원 파견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져만 가고 있다.
마치 이들이 무슨 나쁜 행동이나 한 것인 양, 오히려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내용의 악평이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이들 해외봉사단원 또한 정부의 여행 자제에 대한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갔다가 온 나라를 온통 근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니, 이게 과연 하나님에게 영광이 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하기야 인질로 잡힌 그 들의 진정한 속내를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사실 우리 나라의 각 교회와 교파들이 마치 먹이를 향해 달려가는 맹수 떼 마냥, 맹렬한 경쟁의식으로 해외선교(?)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기 조차하다.
해외선교를 하지 않으면 뒤쳐진 교회라는 평가를 받을까 하는 생각이나 또는 세속적인 평가대로 소영웅주의가 조금은 작용했을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해외선교’나 또는 ‘해외봉사활동’이라는 명분을 세우고 있는 것이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냥 유행처럼 또는 호기심에 찬 해외 견문도 넓힐 겸해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여름방학 동안 해외여행을 잠깐 즐기듯이 말이다.
그들의 대다수는 어떤 특별한 하나님의 사명감에 의해서 목숨을 건 선교활동을 벌이기 위해 파견되는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사회가 분명히 알아야 하고, 또 반드시 기억하여야 할 것이 있다.
불과 120여 년 전만해도 우리 나라의 조선말기 시대에는 세계에서도 가장 암울한 나라 중
의 하나가 조선이었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암흑의 후진 나라가 조선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외국 선교사가 조선의 땅에서 핍박과 고통을 받으며 순교를 당하였고,
심지어는 수만 명의 순진한 백성들이 천주(天主:하나님)를 믿는다는 그 한 사실만으로 참수의 형을 당하면서 전국이 피바다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 아니던가?
공식적인 참수형 외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버림과 핍박을 받았던 것이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서 조차도 쫓겨나는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인 오늘 날까지도 예수를 믿는다는 그 하나만의 이유로 가족들에게서 종교적 핍박을 받고 있는 전근대적인 사회가 바로 오늘 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수치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우리 민족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도 우리는 그 분들의 숭고한 죽음과 희생의 덕을 입고 있음을 본다.
죽음을 무릅쓴 당시의 선교사분들이 일으킨 병원과 학교며, 또 그 분들이 심어준 독립정신과 봉사정신은 기미 3∙1절 독립정신과 함께 대한민국 독립의 기본이념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이런 우리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아마도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의 봉사와 희생의 선교에 진정으로 감사할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역사를 발전시키는 힘은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라는 ‘사랑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옛날의 조선에 파견된 서양의 선교사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어리석어 보이는 지금의 해외선교사 파견은 반드시 그들의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국의 이름도 붙어 다닐 수 밖에 없다.
전쟁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나라에 의료봉사와 선교를 위해 뛰어든 젊은 이들의 모습과 함께 대한민국의 숭고한 아름다움도 함께 붙어 다닌다는 말이다.
그러니 더는 저들을 욕하거나 비방하지 말자.
당신이나 내가 할 수 없는 국위선양마저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나 먼 미래를 내어다 본다면,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이 번의 인질사태가 종결되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을 확신한다.
‘창조주는 모든 것에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善:좋은 것)을 위하여 역사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그 사람들은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 <로마서8:28>
And we know that in all things God works for the good of those who love him, who have been called according to his purpose.
다만, 이 번의 기회를 통해서 한국 교회는 오만과 교만함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잘 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에서 거들먹거리며 도와주는 것이 결코 진정한 의미의 선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이 한국과 전 세계에 던지시려는 그 분의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하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드릴 수 있게 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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