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두 나그네

청죽골 2005. 6. 11. 09:11

두 나그네

흘러간 유행가에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있다. 참 멋있고 운취있는 가사라서 그런지 근 40여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정처없이 떠도는 구름 같은 나그네 인생을 노래한 셈이다.

 

어느 촌락의 주막집, 해 저물 즈음, 주막집 대문을 기웃거리는 두 나그네의 모습을 연상한다.

한 나그네에게 주인이 묻는다.

 어디메로 가는 게요?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 올시다.

 

잠시 후, 다른 나그네에게 묻는다.

 게 누구요?

 길가는 나그네올시다.

 어디메로 가시는고?

 고향길로 돌아가는 길이외다.

 

돌아가야 할 곳을 가진 나그네와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모습.

당신은 어떤 나그네인가요?

 

인생길 자체가 나그네길인 것을 우리의 양심이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인간

돌아간다는 말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는 주막집에 빌붙어 살아가는 데만 급급한

사람이 되려 한다. 때로는 논밭도 얻고, 돈도 벌고, 단란한 가정을 이뤄,

보란듯이 행복하게들 살아가기도 한다.

이 행복한 정착을 마다하고 떠나기만하려는 나그네를 측은히 보면서 말이다.

 

반면에 돌아갈 곳이 있는 나그네는 그 어떤 정착도 거부한다. 더 좋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나그네이지만 목적있는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 다윗(David)은 우리 모두가 나그네라고 못을 박는다.

다윗(David)은 조상들처럼 자신도 이 세상을 나그네와 이방인(an alien,  

a stranger)으로 살아간다고 하면서<시편39:12>, 심지어는 형제와

자신을 낳은 어머니로부터 조차도 객처럼 살아간다<시편69:8>(I am a

stranger to my brothers, an alien to my own mother's sons)고 실토

한다.

고향을 향해 돌아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참 인간의 모습은 아닐지?

마음은 언제나 낳아주신 부모님을 그리며, 형제와 자매, 일가 친척이 있는

, 어릴 때 추억이 살아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듯, 생명의 근원을 창조한 존

, 영혼이 편히 쉼을 얻는 본향을 향해 돌아가는 나그네인 셈이다.

정처없이 떠도는 가련한 나그네, 세상사람에게 빌붙어 이 세상의 행복을 누

리며 이 세상에 정착하여 살아가려는 갈 곳없는 나그네가 아니다.

돌아갈 곳을 아는 또 내일이면 갈 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인 셈이다.

 

우리는 어떤 나그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