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내가 본 삼손(Samson)과 디라일라(Delilah)

청죽골 2005. 7. 19. 00:26

 

삼손(Samson)과 디라일라(Delilah)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사사(Judge : 재판관이라는 의미로 당시의 이스라엘의 지도자를 말함)라는 삼손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가 자못 궁금하다.

성경을 통해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떤 인간인가 그리고 그를 마지막 죽기까지 타락시킨 디라일라(Delilah - 우리 말 성경에는 들릴라라고 번역되어 있다)는 어떤 사람인가에 관심이 간다.

자세히 읽어본 삼손의 행적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삼손은 대단히 오만불손하고, 좌충우돌하는 형(Style)으로서, 창녀와의 불륜마저도 자연스럽게 저지르는 일종의 패륜아에 해당되는 인물이었던 듯하다.

첫 번째 결혼상대도 이스라엘사람들에게는 금지되어있는 팔레스타인 여인을 아내로 맞으러하였고, 이를 반대하는 부모들과의 의견대립이나, 하나님이 허락하신 힘을 사자를 죽이는 데나 사용하는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 공연히 수수께끼를 내어 내기를 하고, 아내될 사람을 시험에 빠뜨리고, 내기에 짐으로써 지게 된 빚을 위하여 30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여서 빼앗은 옷과 물건으로 빚을 갚는 행위, 이방인인 팔레스타인여인의 부모가 삼손의 아내 될 딸을 다른 사람에게 주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곡식과 올리브 등의 온갖 수확물을 불태워버리는가 하면, 자기의 처부모가 될 뻔한 사람이 팔레스타인사람들에 의해 죽게 되자 또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를 잡으러 온 팔레스타인들을 나귀의 턱뼈로 천명이나 죽이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창녀(prostitute)와 잠을 자다가 보복하러 온 팔레스타인들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비도덕적인 행적은 자기의 두 눈이 뽑히고, 짐승처럼 맷돌을 갈게 되면서,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되는 참사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것이 그 유명한 삼손과 디라일라의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사랑의 행각이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 디라일라가 자기를 잡아 팔레스타인사람들에게 팔아 넘길 줄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여유만만하게 디라일라를 장난 삼아 속이면서, 세 번이나 자기 목숨을 노리는 원수의 손을 벗어나곤 하였다.

그의 말로는 결국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신 비밀 즉 칼을 한 번도 대지 않은 머리카락에 칼을 대게 함으로써  스스로 패망하는 비참함을 맛보게 된다.

그가 팔레스타인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도 이스라엘의 나실인(Nazirite)으로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요, 자기의 비밀을 여성에게 말하는 행위도 경솔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손이 디라일라가 세 번 이나 자기를 결박하여 적에게 넘기려 한 줄을 알면서도 왜 그런 바보스런 짓을 계속하였을까?

 

이것은 삼손의 자기 힘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오만함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다 어여쁘고도 사랑스런 여인을 놀려먹는 재미도 한 몫을 하였던 것 같다.

몇 번이나 위기를 거뜬히 넘긴 삼손의 더욱 오만한 태도는 제가 내 비밀을 안다고 한들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오만으로 인해 빗나간 예측을 하게 만들었고, 이렇게 하여 결국 자기의 운명을 더욱 재촉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도덕한 삼손도 결국은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게 할 이스라엘백성을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보호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당시의 사람들은 잘 몰랐다고 성경 사사기 14:4에서 밝히고 있고, 이는 사사기 16:30절에서 삼손이 살았을 때보다, 그가 죽을 때 다곤신전을 허물면서 죽인 팔레스타인의 숫자가 더 많았다는 표현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디라일라는 어떻게 보면 이방 여인으로서는 자기할 일을 성실히 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자기 백성의 원수를 잡아 넘기는 것은 어쩌면 돈을 받지 않더라도 당연히 하여야 할 백성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디라일라가 비록 괴이하고도 난폭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일을 이루고 있는 사람을 배신한 것과 돈을 받고서 사랑하는 사람을 배반하였다는 것이 결정적인 죄악이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면으로 비추어볼 때, 창녀였던 나합이 이스라엘 파수꾼을 보호하였다가 자기의 온 가족을 구원하였던 사건이며, 창녀였던 한 여인이 주님의 은총을 받아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게 되는 영광을 누린 일 등과 견주어볼 때, 디라일라로서는 비록 타락한 하나님의 종이라 하더라도 그를 선하게 대우함으로써 받을 영광을 누릴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 것이 또한 돌이킬 수 없는 그녀의 죄악이었던 것이다.

디라일라는 아마도 삼손의 패망을 축하하려든 팔레스타인축제에서 다곤(Dagon)신전이 붕괴되는 참사와 함께 처참한 죽음을 맛보았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자기 능력을 믿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게을리한 인간의 대명사가 삼손이라고 한다면,

돈을 사랑하여,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사람을 무력화시키려는 사람의 대명사가 디라일라가 아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