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참회록 1

청죽골 2005. 7. 30. 22:30
 

 내 어릴 땐 특별한 꿈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굳이 꿈이 있었다면 맛있는 과자라도 한 번 실컷 먹어 봤으면 하는 게 꿈이었고, 하얀 쌀밥에 참기름 발라 구운 김을 얹어 한 번쯤 배불리 먹어 봤으면 하는 게 고작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꿈은 오히려 순수한 것, 나 자신이 분수를 가장 잘 알았던 때의 소박한 꿈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분수는 잊혀지고 허황된 꿈만 커져, 장군도 되려다가 정치인도 되려다가 또 때로는 세상을 주름잡는 깡패도 되려는 등 온갖 꿈을 헤매는 철부지를 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꿈은 사라지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형편없는 죄인임과 주님의 피흘리심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구원의 기쁨을 깨닫고 난 후,  세상의 출세욕은 다 하잘 것 없는 것이라 못 박아 놓고서도, 나는 이 세상에서  유명하고도 대단한 설교자가 또 되려하였다.

이 세상 거의 모든 목사가 다 가증스럽고 거짓되며, 진리는 오로지 내가 체험한 것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서만 뚜렷이 계시된다고 믿으면서, 내 영혼은 오만의 늪 속에 깊이 빠져 들어 있었다.

참된 내 모습은 전혀 알지 못하고,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초라하고 더러운 냄새나는 존재인가를 알지도 못한 채, 나는 교회 안에서 그리고 세상을 향해서도 위대한 선지자가 되려 하였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세상일에 쪼들려 정신없이 살아갈 동안,

양심은 병들고 지쳐버렸고,

입은 『거룩』을 이야기하면서 몸은 창기(娼妓)가 다 되어 있었던 때,

스스로 깨끗한 자로 여기면서 오히려 그 더러운 것을 씻지 아니하는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도

내 꿈은 여전히 조그만 동네의 목사라도 되어보려는 욕심은  버릴 수가 없었다.

 

드디어 미련한 자에게 처할 하나님의 징계가 내려지고 분노의 심판이 가해질 때 내 영혼은 두려움과 떨림으로 파리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 제서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헐벗고 가련한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  깊이 깨달아 알고 난 후, 이제 나는 내 둘레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마저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주님 앞에서 눈물로 자백하고서야  비로소 무릎 꿇고 조용히 기도드린다.

 

“주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