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편지

미국서 온 편지(5)

청죽골 2006. 3. 14. 14:02
 

이젠 제법 포근합니다.

뒷뜰 한 구석에서부터 푸른 잎이 돋기 시작하구요.

저희 집은 전 주인이 한국인이어서

사계절 잔디가 아니라 한국 금잔디를 심어놓아서

여름에는 정말 멋있지만 겨울이면 누렇게 변했다가 봄에 다시 파래집니다.

 

몇몇분이 우리집 뒷 뜰을 골프 연습장으로 만들자고 해서 고민(?)입니다.

퍼팅 연습할 만큼은 충분히 넓은데다가 뒷집하고도 좀 거리가 있고

집 사이에 큰 소나무들이 있으니 그물을 치면 드라이브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스갯 소리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종종 골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아직은...

언제 한 번 오시면 골프 접대(?)는 충분히 .....

 

어제 모처럼 메릴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올 때 백화점 Gift Card를 쓰지 못하고 온게 있었는데 좀 쓸려구요.

아이들이 전화하면서 쇼핑 이야기를 많이 하나봐요.

여기서 뭘샀다, 저기서 뭘 얼마에 샀다 하다가

메릴랜드 아이들이 핵스라는 백화점이 메이시라는 회사로 인수되어

문을 닫으니 한반 내려와서 쇼핑하라 했나봅니다.

 

여긴 쇼핑이 참 편합니다.

각 매장마다 직원이 있지만 절대 간섭하지 않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지만

절대 따라다니며 찝적(?)거리지 않습니다.

아주머니들에게도 '언니, 언니'하면서

'이옷 너무 잘맞는다'면서 부담(?)을 주기도 하잖아요

여긴 그런 일은 없습니다.

 

간혹 뭘 고르지 못해 계속 왔다갔다 하면

그때는 와서 뭘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고

그냥 구경합니다 그러면 필요하면 불러달라 하고 갑니다.

 

옷도 종일 입고 벗고 해도 뭐라는 사람 없고 눈 마주치면 그냥 웃어줍니다.

여기 아이들이 종종 백화점엘 가는데 꼭 디지탈 카메라를 들고 갑니다.

종일 이옷 저옷 입고는 저희끼리 사진 찍어서 옵니다.

아무도 야단치지 않습니다.

어떤 애들은 들어가면서 썬글라스 매장에 가서

맘에 드는 썬글라스랑 모자 쓰고 오만데 다 돌아다니다가

사진도 찍고 나가기 전에 그냥 벗어 놓고 나옵니다.

그래도 야단치는 사람 없습니다.

처음에는 손님이 왔는데 아무도 아는 체 안하는 것 같아서

우릴 무시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젠 이 분위기가 익숙해져 아주 편합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끓는 소리가 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