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편지

미국서 온 편지(9) -돈없으면 죽기도 힘든가?_

청죽골 2006. 4. 23. 08:37
 

소식이 뜸합니다.

어제 짬을 내서 메일을 보냈는데 안들어 갔네요.

어제 새벽에  암으로 투병하던 교우가 돌아가셔서

무척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벽 5시에 연락이 와서 후다닥 병원으로 갔더니

여기 미국은 시신을 그대로 병실에 두고

가족이나 친지들이 얼굴 보며 함께 있도록 하데요.

 

병원이랑 장의사에 연락해서 장례 계획을 잡고

곧 바로 장지에 가서 장소 확인하고 비용을 잡으니

미국에서 죽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디다.

 

장의사가 시신을 보관하고(병원은 한국 같은 영안실이 없음)

장의차로 운구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4-5000불,

관 제일 싼게 1900불인데 바로 위의 가격이 2600불,

묘지에 땅 파고 관 묻는데 2000불

비석이 또 몇천불 한다나요.....

 

참 황망합디다.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냥 아이들 잘 되라고 미국와서는 덜컥 병 얻고 ...

50중반에 미국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먼저 가시니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합니다.

별로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라 죄송합니다.

 

주나는 제법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적응하네요.

아침으로 제가 지금까지 갈고 닦은 실력으로

샌드위치랑 핫도그 점심으로 싸 주는데

안먹고 버리는지 잘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별 말이 없는걸 보니

배가 고파서라도 먹긴 먹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제가 장례 때문에 종일 헐떡거리며 다니니까

(밥 한끼도 제대로 못먹었거든요)

이웃에 사는 집사님 가족이 우리를 저녁초대해서

연어 회 잘 먹었습니다.

 

오늘 필라델피아에 갑니다.

내일 저녁부터 장례식이 시작되니까

바쁘게 돌아와야 합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